[책] 바닥을 향한 경주 by 하워드 막스

앞선 서평에서 썼듯 일부 인상적인 꼭지는 따로 빼서 옮기기로.

이하 옮긴 내용.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첫 조짐이 있기 불과 몇 달 전인 2007년 2월에 나는 ‘바닥을 향한 경주’라는 메모를 통해 이 주제를 다뤘다.

<바닥을 향한 경주>

지난 몇년간 자본시장의 지나친 움직임에 놀랄일이 많았지만 이번에 메모를 쓰게 된 이유는 영국에서 머무르는 마지막 날에 신문에 실린 한 기사 때문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006년 11월 1일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영국 2위의 주택 금융기관인 에비는 주택 구입자에게 대출해줄 수 있는 기준 금액을 부부합산 소득의 5배로 올려 소득의 약 3.5배였던 기존 대출수준을 넘어섰다. 이러한 결정은 지난 주 뱅크 오브 아일랜드와 브리스톨 앤드 웨스트가 대출기준을 소득의 4배에서 4.5배로 인상하기로 한 이후에 이뤄졌다”

예전의 대출자들은 소득의 3배에 해당하는 담보대출을 안전하게 다룰 수 있다는 전통적인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5배를 빌릴 수 있게 되었다. 대략 50% 이상 더 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상황을 보고 어떤 추론을 할 수 있을까? 최소한 네 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

  • 기존 기준이 너무 보수적이었고 새로운 기준이 맞다.
  • 상황이 변했다. 기존 기준이 그 시대에 맞게 보수적이엇던 것처럼 새로운 기준은 오늘날에 맞게 보수적이다.
  • 주택담보대출기관이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본비용 감소에 따른 순수익의 감소를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이다.
  • 자금을 서둘러 대출하려는 바람에 자본공급자가 그 기준을 완화하게 되었다

나는 영국의 담보대출 시장에 관한 전문가도 아니기에 이 메모에서는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일반적인 자본시장의 동향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더욱이 오늘날은 저금리 때문에 정해진 소득으로 전보다 더 많은 담보대출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에비가 이러한 조치를 취한 이유가 그렇게 논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질문을 던져야한다. ‘왜 지금인가?’

논리적인 이유와 냉철한 의사결정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출 경쟁과 ‘이번에는 다르다’ 는 평범한 말기적인 믿음이 포함됐을지도 모른다. 대출기관과 투자자들은 사이클이 극단으로 움직이면 늘 전통적인 금언에서 벗어나고, 그러한 금언이 맞아떨어지는 상황이 오면 현재 상황이 과거에 만연했던 상황과는 다르다는 믿음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늘 그렇듯, 사이클은 반복되고 실제로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주택가격이 오르고 금리가 떨어질 때 미국 담보대출 시장은 어떻게 되었는가? 먼저 담보할인율이 떨어졌다. 그다음 담보인정비율이 높아졌고, 이어 100퍼센트 대출이 이루어졌다. 이후 대출원리금 상환이 적은 대출이 이루어졌고, 다음으로 무상환대출이 이루어졌다. 그다음으로 고용기록이나 신용기록을 요구하지 않는 대출이 발생했다. 이 모든 과정들에서 더 많은 구매자들이 더 비싼 주택을 살 수 있게 됐지만 동시에 대출기관은 더 위험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주택가격이 하늘 높이 치솟고 금리가 몇 세대 만에 최저로 떨어지자 발생했다. 결국 구매자들은 소득과 금리를 감안해 가능한 가장 많은 담보대출을 받았다. 이렇게 담보대출을 받아 사람들은 꿈의 집을 가졌고, 상황이 악화되지 않는 한 언제나 그곳에 머무를 수 있었다.

TV쇼 <곡 이름 맞추기>에 나오는 ‘비드 어 노트’ 라는 게임이 있다. 참가자 x 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음 6개로 맞출 수 있어요”. 그러면 참가자 y 는 “나는 음 5개로 맞출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한다. 다시 참가자 x 는 음 4개로 맞출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곡 이름을 맞출 수 있는 기회는 가장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인 사람, 즉 최소한의 정보로 맞추기를 시도한 참가자에게 돌아간다.

뱅크 오브 아일랜드가 주택구입자금 대출 경쟁에 뛰어들면서 “내가 대출자 소득의 4.5배로 빌려줄게” 라고 말하자, 에비는 “내가 5배로 빌려줄게” 라고 제안한 것이다. 결국 이 경매에서 소위 승자는 가장 위험하게 가장 많은 돈을 빌려주는 쪽이 된다. 이것이 진짜 승리인지 패배인지는 작년에 미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사이클이 바뀌면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닥을 향한 경주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만은 틀림없다. 오류가 조금만 생겨도 위험해질 대출을 누가 해줄 것이냐 하는 경주 말이다.

어느 모로 보나 최근 몇 년간 담보대출 기준은 떨어져 왔고 리스크는 증가해왔다. 논리적이었다고? 물론 그랬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이클 떄문에 유도됐고 또 악화됐다고? 나도 그렇게 말하고 싶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메릴린치의 뱅킹 애널리스트 존 폴크러칠리의 말을 인용했다. “에비가 소득의 5배를 대출해준다는 것은 명백히 합리적인 결정일 수도 있지만, 엄청나게 위험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확실히 담보대출은 더 위험해졌다. 그것이 똑똑한 위험부담이었는지 아니면 지나친 경쟁심 때문이었는지는 몇 년 후에 알게 될 것이다.

오늘날 금융시장은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넘쳐나고, 전통적 투자자산의 금리가 최저 수준이며, 위험에 대한 걱정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어디에서나 예상 수익률이 쥐꼬리만 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과거에 보장되던 수준보다는 낮지만) 잠재적으로 적합한 수준의 수익률에 도달하는 대가로 투자자들은 높은 레버리지, 검증되지 않은 파생 상품, 허술한 거래구조로 대변되는 상당한 위험을 기꺼이 수용하고 있다. 현재의 사이클은 형태 면에서 특이한 것이 아니라 규모면에서 비정상적이다.내가 판단하기에 궁극적인 결과물에는 의문의 여지가 거의 없다. 하지만 지금의 사이클에서 현시점만 놓고 보면 낙관론자가 가장 번듯하게 보인다.

흔히 하는 대로 이 글에 좋아하는 2개의 인용구를 간단히 넣어서 메모를 짧게 만들 수도 있었지만 여기에 2개의 인용구를 그대로 소개한다.

첫번째는 작년에 작고한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의 말이다. 나는 다행히도 1년 반 전에 갤브레이스 교스와 몇시간 만나 그의 지혜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이 인용구는 그의 저서 <금융 도취의 짧은 역사> 에서 가져온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특히 적절해 보인다.

“도취감에 기여하는 것은 우리 시대나 과거에는 거의 주목되지 않았던 두 가지 추가적인 요소들이다. 첫 번째 요소는 금융기억의 극단적인 단기성이다. 결과적으로 금융계의 재앙은 금방 잊힌다. 더 나아가 불과 몇년이 지나지 않아 똑같거나 비슷한 상황이 다시 발생하면, 종종 젊고 늘 확신에 차 있는 신세대는 이 상황을 금융계와 더 크게는 경제계에서 엄청나게 혁신적인 발견인 양 생각한다. 금융계처럼 역사가 차지하는 부분이 적은 분야는 없을 것이다. 과거의 경험은 현재의 놀라운 기적을 평가할 통찰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원시적 피난처로 치부된다.”

두 번째 인용구는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투자자의 행동을 기초로 금융행위를 바로잡아야한다고 강조한느 워런 버핏의 글이다. 글은 짧지만 훨씬 더 유용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 일을 할 때 신중하지 못할수록 우리는 우리 일을 더 신중하게 해야한다”

만약 오늘날과 같이 근심없는 시장에 참여하기를 거부한다면, 당신은 한동안 수익면에서 뒤쳐질 것이고 고루한 늙은이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다른 사람들이 분별력을 잃을 때 냉정함을 잃지 않는 다는 뜻이라면 이들 중 그 어떤 것도 큰 대가가 아니다. 내 경험상 조심성 없는 시기 이후에는 언제나 큰 대가가 따르는 조정이 따라왔다. 이번에는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런 위험이라면 감수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