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현금활용에 대한 생각

정리된 생각은 아니다. 그냥 지금 내 펀드 상황에 대한 그리고 현금 활용에 대한 생각을 뭔가 글로 남겨놔야할 것 같아서이다 (지금의 결과와 이에 대한 분석이, 맞건 틀리건 향후 추가적으로 얻게 될 경험들과 합쳐져 더 좋은 원칙을 만들어 주길 바라며).

현재 내 펀드 수익률은 +8% 초반. 동기간 시장은 -3~4% 정도. +11~12% outperforming.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진단하기에)

1) 초기 론칭 시점에서 종목 선정에 운이 따랐고,

2) 적절한 가격에 도달한 종목들을 현금화했고

3) 그 현금을 엄한 가격 구간에 있는 종목으로 돌리지 않았다는 것.

위에서 핵심은 2번과 3번인데, 꼭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가격 대 혹은 어닝 상황이 아니라면 현금으로 남겨두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현재 내 포트의 현금 비중은 27%.

현금 비중에 대한 제약 (예를 들어, 우리 회사 노르웨이 자금의 경우에는 주식 비중을 항상 95% 이상으로 유지해야함)이 있지 않은 이상, 현금 비중에 대한 권한은 전적으로 매니저에게 있다. 롱숏이 아닌 이상, 현금은 롱온리 펀드에게 훌륭한 전략적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견해가 갈리지만, 일단 지금 내 생각은 현금을 활용하는 게 스탁 피킹 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이다.

적절한 익절, 콜옵션과 같은 베팅 (처절하고 억울한 가격대와 상황이 바뀌는 어닝 모멘텀이 sweet spot) 은 현금 활용 전략에 있어 필수 요소다.

이런 저런 현금에 대한 생각을 하던 중, SMIC 선배이자 유경PSG 자산운용의 CIO인 강대권 선배님의 인터뷰를 발견. ’17년 초에 한 인터뷰인데, 현금활용에 대한 생각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 남긴다.

Q.시황에 상관없이 수익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뭔가.

A.지난해(’16년) 여름 주식시장이 정점이었을 때 주식 비중을 60% 초반으로 줄이고 현금 비중을 늘렸다. 시황이 나빴던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식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 2015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코스닥 중심으로 장이 좋았던 2015년 여름에 오히려 주식 비중을 줄였다. 주가가 워낙 많이 올라 살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적당히 좋은 가격에선 사지 않는다. 경제 상황이 조금만 나빠져도 주가가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기다렸다가 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해 처절하게 빠진 종목을 담는다. 우리식 표현으로 ‘소를 팔아서라도 사야 하는 주식’이다. 이런 주식은 추가 악재가 나와도 흔들리지 않고 약간의 호재만 나와도 반등한다. 이런 종목을 고르면 변동성 큰 장세에서도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많이 빠진 종목을 사고, 오르면 소액이라도 차익을 실현하는 게 절대 수익 비결이다

https://jmagazine.joins.com/forbes/view/315287

내가 크게 흥미롭게 생각하는 부분은,

1) 많게는 40% 까지도 현금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배짱

2) 장이 좋을 때, 익절로 늘어난 현금을 엄한 가격 구간의 주식에 relocation 하지 않는 절제력. 특히 “적당히 좋은 가격에선 사지 않는다… 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해 처절하게 빠진 종목을 담는다” 부분이 울림 있다.

3) “악재가 나와도 흔들리지 않고 약간의 호재만 나와도 반등”하는 주식을 좋아하는 점에서 나와 비슷. 뭐 누가 좋아하지 않겠냐만은, 난 정말 call option 같은 주식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4) “많이 빠진 종목을 사고, 오르면 소액이라도 차익을 실현” 하는 섬세함.

BM을 보는 눈, 벨류에이션 스킬, stock picking 능력과 함께, 운용자로서의 방향성도 중요하다. 그 중 적지 않은 부분이 현금 활용에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전 읽은 드레먼의 책에서도 나와있듯, “악수를 두지 않는 방법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Literally not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