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트렌드코리아 2018

1. 대학교 1학년 때,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쓴 김난도 교수님의 수업이란 얘기를 듣고 ‘소비자와 시장’ 이라는 수업을 신청했었다. 한 학기 동안 ‘참 재밌네’ 라고 생각하며 수업을 들었고 (1학년 1학기는 신나게 놀았기에) 재수강을 해야 할 학점을 받았다.

‘소비 트렌드는 변하니까 군대 갔다오고 졸업할 때 즈음 다시 들으면 바뀐 내용 한 번 더 듣고 좋지’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난다.

그리고 25살에 5년 만에 다시 들었는데, ‘뭐야 내용이 하나도 바뀐 게 없잖아’ 했던 기억이 난다.

2. 교수님이 매년 트렌드코리아를 집필하시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딱히 읽어볼 생각이 없었는데 사내 토론용으로 책이 선정되며 일독할 기회를 갖게 됐다. 전반적으로 좀 끼워맞추기식이지 않나하는 느낌이 들어서 불편했으나, 기억도 못하고 ‘어어’ 하다가 지나가버린 그리고 잊어버린 트렌드들을 다시금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 정도는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매년 트렌드코리아 20XX 책이 경제경영 서가에 자리잡을텐데 앞으로는 그냥 ‘안 읽어도 되는 책’ 이라고 넘어갈 수 있는 나름의 결론(?)을 내준 독서 경험이 아닌가 싶다.

3. 뭐 그래도 인상적인 부분이 없지는 않았는데, 하나만 뽑아보자면, 경험과 소비의 관계에 대한 대목.

책 내용 잠시 긁어오면,

“(P.203)물건을 파는 것에서 경험을 파는 것으로 시장의 법칙이 바뀐다. 소비시자에서 처험의 경계가 확장되며 경험이 모든 경제활동의 핵심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 유통 공간은 테마파크로 변신해 소비자의 생활 프로세스를 아우르는 모든 접점에서 브랜드 경험을 할 수 있는 즐거운 놀이터를 제공하고 있으며, 작은 오프라인 매장들은 미술관이나 전시관이 되기도 하고 취미생활의 공간을 제공하며 고객들을 불러모은다.”

4. 내게는 코엑스 스타필드가 이런 경험을 하게 해준 곳이다. 토론 준비하면서, 내가 작성한 글 긁어오면,

코엑스 스타필드는 내게 소비 공간에서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실감하게 해준 사례. 현대백화점 계열사인 한무쇼핑이 코엑스를 운영할 때는, 롯데월드타워의 등장으로 망하는 분위기였는데 스타필드가 들어오고 별마당도서관 뿐만 아니라 야외 공연장 등을 통해 획기적으로 공간 바꾸면서 분위기가 많이 역전된 것을 느낌. 롯데와 현대를 압도하는 무언가가 신세계에 있는 건 아닌가 생각했던 기회였음.”

5. 실제로 이번 4분기 실적에서 현대백화점과 신세계의 실적은 극명히 갈렸다. 나홀로 서프라이즈를 보여준 신세계의 저력이 이러한 ‘리테일먼트 retail + entertainment’ 에 있다는 분석이 있어 공유한다.

같은 업황 하에서 이들 업체들의 실적 차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첫째, 점포 형태 차이다. 주지하다시피 롯데와 현대는 효율적인 점포 출점 방식을 취해왔다. 1년 차에 바로 BEP 이상 도달한다. 점포의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고, ‘판매와 무관한’ 군더더기 없는 점포들이다. 반면 신세계는 지역 랜드마크 형식으로 출점했다. BEP 이상을 도달하는데 3년이 소요된다. 부차적인 비용들이 많다. 의정부점을 보면 판매와 직접적인 상관 없는 서점이 1~2층에 걸쳐 있다. 지역 사회의 대형서점이 없기 때문에 사회적 성격이라고 한다. 2010년 초반까지 이러한 전략은 신세계에 상당한 부담이 됐다. 현대백화점의 프리미엄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소비패턴 변화는 오히려 신세계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리테일먼트다.

점점 레저/엔터/서비스에 대한 가계 소비비중이 상승하면서 유통업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능까지 제공하면서 집객을 유도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share of time’ 이 핵심 중간 과제가 되고 있다. 하남/고양 스타필드와 같은 복합쇼핑몰, 판교 현대백화점 역시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백화점 3사 가운데 이러한 컨셉에 가장 맞는 업체가 신세계다. 과거에는 무리한 점포 확대방식이었지만, 지금은 합리적 대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의 동대구점과 현대의 판교점 선전 대비 현대백화점 대구점과 천호점(vs. 하남 스타필드)의 지속적 부진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둘째, 올라인 채널 비중이다. 신세계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20% 에 달한다. 현대와 롯데는 10% 내외.

하나 박종대 애널리스트”